공중그네를 읽고
이상심리학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내가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하는 염려였다.
수업에 나오는 장애나 병들은 다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조울증, 우울증, 건강염려증 등등...
그리고 이 “공중그네”를 읽으면서도 이 환자들의 이야기 또한 다 나의 이야기 같았다.
뾰쪽한 물건만 보면 식은땀이 흐르는 선단공포증을 가진 야쿠자. 야쿠자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뾰쪽한 칼을 보면 약간 몸의 부자연스러움이 생긴다.
왠지 나의 몸 어딘가를 베일 것 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괜스레 엄마가 과일을 깎고 있을 때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야 마음이 편하다.
때로는 생각하고 싶은 않은 장면들이 억제가 되지 않아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가령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차가 지나가게 될 때 떠오르는 생각은. ‘만약 차가 내 옆을 지나는 그 찰라에 넘어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물론 결과는 처참할 것이다.
그래서 상상한 장면의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히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걷지만 이미 내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다.
또 가끔은 나도 조용한 복도를 혼자 지나갈 때 마다 사이렌이 “웽~” 시끄럽고 크게 울리도록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때 만약 이라부가 내 곁에 있었다면 나에게 어서 사이렌을 누르라고 부추겼겠지만 아직 이라부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나는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뒷일을 상상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욕망, 지나치게 신경씀에 따른 압박. 결국 이것들에서 오는 우울증과 강박증 또는 두려움으로 인한 고통. 이라부는 이를 유쾌하고 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별 힘들이지 않고(물론 많은 일을 환자와 함께 해나고 환자들의 이해하기는 하지만) 환자들을 치료해 나간다.
때로는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말이다.
약물처방이라곤 영양제만 놓아 놓아구선 말이다. 그의 치료과정이 너무 웃겨서 책을 읽다말고 한참을 웃었다.
만약 이런 의사가 진짜로 있다면 나도 한번 진찰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책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강박장애나 선단공포증 같은 것을 치료하는 것을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쉽게 치료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예전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강박증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 사람도 아주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러 다녔고 영화 끝내 치료가 되지 않았었다.
이런 사람들은 겉모습만 봤을 땐 보통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이 그들이 이야기 하지 않으면 그들의 문제를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책 속의 인물들은 스스로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그래서 정신과를 찾아가 이라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신과를 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무엇인가 정신과를 보통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특별한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예전 고3때 우울증이 아닐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이상심리시간에 우울증에 대해 배운 다음에서야 그것이 우울증이 아닌 일시적인 것 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큰 고민이였다. 그래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남들의 시선도 그렇고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우울증이 아니였으니 다행이었지만 그게 정말로 우울증이었다면 병원에 가지 못한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는 고3생활로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것저것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서 잠시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은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 병이 되는 것 같다.
때로는 유연하게 넘어갈 줄 아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라부처럼 말이다.
그는 삶을 유연하게 볼 줄 알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즐겁게 사는 법을 안다.
사람이 두발로 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자꾸 신경쓰게 되면
‘어떻게 사람이 뛰는거지? 오른다리가 구부러지고 오른발이 땅에 닿으면서 왼쪽다리가 구부러지고..’
급기야 걷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라부는 이것을 알려주었다.
너무 빠르고 급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오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 박자 천천히. 이라부를 만나지 않기 위해서 이라부처럼 살아야겠다.